그끄저께·글피는 한국어만 유난할까? — 날을 세는 말의 세계 비교

외국인 친구에게 "글피에 보자"고 했더니 "그게 며칠 뒤야?"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설명하려고 손가락을 꼽다 보니 한국인 친구도 “모레 다음이 글피, 그다음이 그글피… 맞지?” 하며 확인합니다. 이쯤 되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날짜를 이렇게 잘게 쪼개 부르는 건 한국어뿐이고, 다른 나라 사람들은 "어제, 오늘, 내일"로 끝내는 게 아닐까요?

언어별로 오늘에서 −3일부터 +4일까지 날에 한 단어가 있는지 비교한 도식
한국어·영어·독일어·일본어·힌디어가 오늘에서 −3일~+4일의 날을 한 단어로 부르는지 정리한 도식입니다. 사전이나 논문에 근거가 있는 칸만 채웠습니다. 출처: 자체 작성, CC0

질문

통념을 두 갈래로 나누어 보겠습니다. 첫째, 한국어만 유난히 많은 날에 고유한 이름을 붙여 두었다. 둘째, 그 말들이 많아서 한국 사람도 자주 헷갈린다. 둘 다 그럴듯하게 들립니다. 그런데 "다른 나라는 어떤가"를 따져 본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이 글에서는 언어마다 오늘에서 며칠 떨어진 날까지 한 단어짜리 이름이 있는지를 사전으로 확인해 봅니다. 그리고 단어가 있다는 것과 모두가 같은 날을 가리킨다는 것이 같은 말인지도 함께 따져 봅니다. 세계 모든 언어를 일일이 비교한 자료는 드뭅니다. 그래서 사전으로 직접 확인한 것은 한국어·영어·독일어·일본어·힌디어 다섯 언어이고, 그 밖의 언어는 비교 연구가 정리해 둔 범위만 덧붙입니다.

검증

1. 한국어: −3일에서 +4일까지

표준국어대사전의 뜻풀이부터 보겠습니다. 그끄저께는 “그저께의 전날. 오늘로부터 사흘 전의 날을 이른다.”[1] 그저께는 "어제의 전날"이고 그제가 비슷한말입니다.[2] 모레는 “내일의 다음 날”[3], 글피는 “모레의 다음 날”[4], 그글피는 “글피의 그다음 날. 오늘로부터 나흘 뒤의 날을 이른다.”[5]입니다.

정리하면 과거 쪽은 어제·그저께·그끄저께로 3일, 미래 쪽은 내일·모레·글피·그글피로 4일까지 한 단어가 있습니다. 앞뒤가 대칭이 아니라 미래가 하루 깁니다. 이 범위는 표준어 기준입니다.

"헷갈린다"는 관찰은 어떨까요. 틀리는 비율을 조사한 통계는 보이지 않습니다. 대신 국립국어원 상담 기록이 있습니다. 2020년에는 "‘그끄제’, '그글피’는 쓸 수 있는 말인가요?"라는 질문이 올라왔고, 국립국어원은 둘 다 표준어라고 답했습니다.[6] 2026년 3월에는 "글피에"라고 써도 되는지, 글피가 요즘 잘 안 쓰이니 "3일 뒤"나 "사흘 뒤"가 낫지 않은지 묻는 질문이 올라왔습니다. 국립국어원은 글피와 3일 뒤, 사흘 뒤는 뜻이 같고, 어린이처럼 글피를 모를 수 있는 상대에게는 "3일 후(뒤)"나 "사흘 후(뒤)"가 낫다고 안내했습니다.[7]

표준어인데도 쓰는 사람이 “써도 되나요?” 하고 물을 만큼 낯선 말이라는 것까지는 확인됩니다. 실제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틀리는지는 이 자료로는 알 수 없습니다.

2. 영어: ±2일부터 구절

영어는 어제(yesterday)와 내일(tomorrow)까지만 한 단어입니다. 그 너머는 “the day before yesterday”, "the day after tomorrow"처럼 구절로 말합니다. 영어와 독일어 아이들이 시간어를 어떻게 익히는지 비교한 Steele 외(2025)는 독일어에 vorgestern과 übermorgen이 있는 것과 달리 "영어에는 이런 단어가 없어서 구절 전체로 그 시점을 가리켜야 한다"고 썼습니다.[8]

옛 영어에는 ±2일을 한 단어로 부르는 말이 있었습니다. 같은 논문은 ereyesterday와 overmorrow가 지금은 쓰이지 않는다(“now-defunct”)고 적었고,[8] 언어들을 비교·분류하는 유형론 논문인 Hölzl(2025)도 overmorrow를 독일어 über-에 해당하는 “older English”(옛 영어) 표현으로 소개합니다.[9] 사전의 표시는 엇갈립니다. 웹스터 사전 계열의 GCIDE는 overmorrow에 ‘폐어(obsolete)’ 표시를 붙였고,[10] Dictionary.com은 '모레’라는 뜻의 명사·부사로 싣고 1530년대부터 기록이 있다고만 적을 뿐 폐어 표시는 달지 않았습니다.[11] 사전마다 표시가 이렇게 다르니, “지금 일상에서는 쓰이지 않는 옛말” 정도로 보는 것이 정확합니다.

영어를 "어제·내일까지"라고 세는 건 구절을 세지 않기 때문입니다. Hölzl(2025)은 the day after tomorrow 같은 구절도 '오늘’을 기준점으로 삼는 날 이름이므로 세어야 한다고 보았고, 세지 않은 기존 분류를 비판합니다.[9] 구절까지 세면 영어도 ±2를 갖습니다. 다만 한 단어가 아니라 구절이라는 점이 한국어와 다릅니다.

3. 독일어: −3일에서 +3일까지

독일어 사전 DWDS는 vorvorgestern을 “vor drei Tagen”, 곧 사흘 전이라고 풀이하고, Duden도 같은 풀이를 싣습니다. 두 사전 모두 이 뜻에는 구어 같은 용법 표시를 붙이지 않았습니다. DWDS에서 umgangssprachlich(구어) 표시가 붙은 것은 “von vorvorgestern sein”(시대에 뒤떨어졌다)이라는 관용구입니다.[12][13] 반면 überübermorgen은 DWDS가 “am Tage nach übermorgen”, 곧 모레의 다음 날로 풀이하면서 umgangssprachlich 표시를 달았고 예문은 "er kommt nicht übermorgen, sondern überübermorgen"입니다.[14] 표준 단어인 übermorgen은 Duden에 "in zwei Tagen; an dem auf den morgigen Tag folgenden Tag"로 실려 있습니다.[15]

그러니 독일어는 한국어와 같은 방식으로 −3일에서 +3일까지 이름이 있습니다. 한국어보다 미래가 하루 짧습니다. Duden과 DWDS에도 +4일을 가리키는 표제어는 없습니다. 사전에 있다고 다 쓰이는 것도 아닙니다. Hölzl(2025)이 독일어 말뭉치(글을 대량으로 모아 놓은 언어 자료, Wortschatz Leipzig)의 원시 빈도로 보여 주는 값은 gestern 34,508, vorgestern 1,044, vorvorgestern 9, übermorgen 621, überübermorgen 3입니다. 바깥으로 갈수록 급격히 드물어지고, Hölzl은 이런 겹쳐 쌓기가 실제로는 한두 단계에서 멈춘다고 설명합니다.[9] "한국어만 유난하다"는 통념은 이 대목에서 첫 반증을 만납니다.

4. 일본어: 같은 범위인데 +3일, +4일에서 갈림

일본어 사전도 −3일에서 +4일까지 단어가 있습니다. 디지털 대사천은 一昨昨日(さきおととい)를 “おとといの前の日”[16], 精選版 日本国語大辞典은 明後日(あさって)를 “あすの次の日”[17]로 풀이합니다. 문제는 그 너머입니다.

しあさって(明明後日)를 디지털 대사천은 “明後日の翌日”(あさっての다음 날)이자 "今日から数えて未来へ4日目"라고 풀이합니다. 日本国語大辞典은 같은 말을 "今日を一日目として未来へ四日目"라고 풀어 오늘을 첫째 날로 센다고 밝히므로, 오늘로부터 3일 뒤입니다. 디지털 대사천에는 "「あさって」の翌々日をいう地方もある"라는 주석도 붙어 있는데, 이는 4일 뒤를 가리키는 지방도 있다는 뜻입니다.[18] 日本国語大辞典의 補助注記(보충 주석)는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あさっての翌日"을 가리키는 말이 동일본에서는 ヤノアサッテ, 서일본에서는 シアサッテ로 갈리는 동서 대립 분포가 있고, 도쿄 23구는 예외적으로 シアサッテ라는 내용입니다.[18] 한편 やのあさって는 같은 사전에 “明日の翌々日”(3일 뒤)와 “明日を第一日として四日目”(4일 뒤) 두 뜻이 모두 실려 있습니다.[19]

이 갈림은 일본 국립국어연구소가 펴낸 『日本言語地図』(1966~74년 간행)에서도 질문 설계로 드러납니다. 제285도는 「しあさって(明明後日)」로 영어 제목이 “two days after tomorrow”, 제286도는 「やのあさって(明明明後日)」로 "three days after tomorrow"입니다. 286도의 질문문은 "しあさって(110の答)の次の日のことは何と言いますか"이고, 범례에는 yanoasatte·goasatte·yanoyanoasatte 등 백 가지가 넘는 형태 기호가 늘어서 있습니다.[20] 즉 이 지도는 '3일 뒤의 이름’과 '그다음 날의 이름’을 따로 묻고, 대답이 지역마다 크게 달랐음을 보여 줍니다. 다만 이 조사는 지도가 간행되기 전인 20세기 중반의 자료여서, 지금의 지역 분포와는 다를 수 있습니다.

일본어의 '시(し)'가 '4’에서 왔다는 설명도 널리 퍼져 있지만, 정확한 출처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5. 힌디어: 어제와 내일이 같은 단어

힌디어는 반대 방향으로 범위를 넓힙니다. Steele 외(2025)가 소개하듯 힌디어에는 오늘에서 하루 떨어진 시점을 가리키는 단어 kal이 하나 있고, 어제인지 내일인지는 문장의 시제로 가립니다.[8] 사전도 그렇게 적습니다. Rekhta 사전은 kal의 영어 뜻풀이에 "tomorrow, yesterday"를 모두 적었고,[21] Platts의 우르두·고전 힌디어 사전(1884)도 kal을 "Tomorrow, or yesterday"로 풀이합니다. Platts는 데칸 방언에서는 kal이 '어제’로만 쓰인다는 주석도 덧붙였습니다.[22]

하루 더 떨어진 날은 parson입니다. Rekhta는 "day after tomorrow, day before yesterday"라고 적고,[23] Platts는 "The second day before or after the present; the day before yesterday; the day after to-morrow"라고 풀이합니다.[24] 그 너머의 단어(narson 등)는 사전마다 가리키는 날수가 달라, 뜻이 하나로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단어 수만 세면 힌디어는 한국어보다 훨씬 적습니다. 그러나 한 단어가 앞뒤 양쪽을 맡는 구조이므로 "오늘에서 ±2일까지 한 단어로 나타낼 수 있다"고 할 수는 있습니다. 이런 구조가 힌디어만의 것도 아닙니다. Hölzl(2025)은 우랄어족 응가나산어처럼 어제와 내일, 그저께와 모레에 같은 표현을 쓰고 시제로 구별하는 언어를 사례로 듭니다.[9]

6. 단어가 없으면 어떻게 말할까

단어가 없는 날을 말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됩니다.

첫째, 이미 있는 날을 기준점으로 삼아 구절로 풀어 말합니다. 영어의 "the day after tomorrow"가 그렇고,[8] Hölzl(2025)이 소개한 퉁구스어족의 우데헤어는 ‘내일 뒤에’(tima:na ca:-la-ni)라는 구절로 모레를 나타냅니다.[9]

둘째, 숫자로 거리를 말합니다. 영어의 “three days ago”, "in three days"처럼 사흘 전과 사흘 후를 숫자로 표현하는 방식입니다. 이탈리아어는 −3일을 tre giorni fa, +3일을 fra tre giorni로, 태국어는 sǎam wan kɔ̀ɔn(세 날 전)으로 부른다고 Hölzl(2025)이 정리했고, 쿠시어파의 오로모어는 −3일부터 −5일까지를 ‘세 날 전’, ‘네 날 전’, '다섯 날 전’처럼 숫자와 ‘날’·'전’으로 조합합니다.[9] 국립국어원이 글피를 모르는 상대에게 권한 “3일 후(뒤)”, "사흘 후(뒤)"도 같은 방식입니다.[7]

셋째, 같은 틀을 겹쳐 쌓거나 덧붙입니다. 독일어는 vor-vor-gestern, über-über-morgen처럼 접두어를 거듭 붙이고, 중국어 표준어는 모레(后天)와 그저께(前天)에 '큰’을 뜻하는 大를 붙여 大后天(+3일), 大前天(−3일)을 만듭니다.[9]

이 방법들은 하나만 고르는 것이 아니라 섞어서 씁니다. 같은 영어도 ±2는 구절, ±3은 숫자 표현으로 말합니다.

벽에 걸린 뜯는 일력, 큰 숫자 10과 星期五가 보인다
대만 신주의 한 사당 벽에 걸린, 한 장씩 뜯어 넘기는 일력(2017년 11월 10일). 사진 일부를 잘라 실었습니다. 출처: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Outlookxp)

7. 주·달·해는 어떻게 이을까

날뿐 아니라 주·달·해에도 '다음의 다음’이 있습니다. 한국어는 지난주의 바로 앞 주를 지지난주(비슷한말 전전주)[25], 지난해의 바로 앞 해를 재작년(그러께·지지난해 등)[26], 내년의 다음다음 해를 내후년(명후년·후후년)[27]이라 합니다. 다다음은 "다음다음"의 준말입니다.[28]

일본어는 접두어 하나로 처리합니다. 디지털 대사천은 再來(さい)가 주·달·해를 나타내는 말 위에 붙어 "次の次の、翌々"의 뜻을 나타내고, 날에서는 대신 明後(みょうご)를 쓴다고 풀이합니다. 再来週·再来月·再来年이 그 예입니다.[29] 先先週는 "先週のひとつ前の週"입니다.[30] 독일어 Duden은 übernächste를 “dem nächsten, der nächsten folgend”(다음 것의 다음)로 풀이하며 übernächstes Jahr를 예로 듭니다.[31] 영어는 날과 마찬가지로 구절이 중심입니다. 다만 영국식에서는 fortnight가 14일, 곧 2주를 한 단어로 나타냅니다. Dictionary.com은 미국에서는 이 말을 거의 쓰지 않아 보통 "two weeks"라고 한다고 덧붙입니다.[32] 반대로 yesterweek는 사전에 있지만 "yesterday와 달리 거의 쓰이지 않는다"는 설명이 붙을 만큼 드뭅니다.[33]

구분 한국어 일본어 독일어 영어
다음의 다음 날 모레 あさって übermorgen the day after tomorrow
다음의 다음 주 다다음 주 再来週 übernächste Woche the week after next
다음의 다음 달 다다음 달 再来月 übernächster Monat the month after next
다음의 다음 해 내후년 再来年 übernächstes Jahr the year after next

표의 한국어(내후년·다다음), 일본어(再来-), 독일어(übernächst-)는 모두 사전에 오른 말이고, 영어는 한 단어가 없어 일상에서 쓰는 구절로 적었습니다. 눈에 띄는 점은 날과 달리 주·달·해에서는 일본어와 독일어가 접두어(再来-, über-)로 규칙적으로 이어 간다는 것입니다. 한국어는 지지난·다다음처럼 같은 글자를 겹치는 방식과 재작년·내후년처럼 한자어를 쓰는 방식이 섞여 있습니다.

8. 왜 언어마다 다를까

"왜 어떤 언어는 −3일까지 단어가 있고, 어떤 언어는 어제에서 끝날까?"를 정면으로 설명한 연구는 아직 드뭅니다. Hölzl(2025)은 날 이름이 개별 언어 문법서에는 거의 늘 나오는데도, 이를 하나의 의미 영역으로 비교한 유형론 연구는 놀랄 만큼 적다고 지적합니다.[9] 그래도 흩어진 단서를 모으면 네 가지 경향이 보입니다.

첫째, 오늘에서 먼 말일수록 단어 대신 조합이 됩니다. Hölzl이 소개한 Tent(1998)의 157개 언어 표본에서 날 이름은 언어마다 3개에서 13개까지이고, ±2일까지 두는 체계가 가장 흔하며 그보다 큰 체계는 훨씬 드뭅니다. 같은 표본에서 더 쪼갤 수 없는 한 덩어리 단어는 −1일에서 116개, +1일에서 126개였지만 −3일에서는 6개뿐이고, 나머지는 어느 정도 조합된 형태였습니다.[9] 한국어의 −3~+4일은 이 분포에서 넓은 쪽입니다. 다만 Hölzl은 Tent가 영어의 구절을 세지 않는 등 분류가 일관되지 않다고 비판하므로, 이 수치는 경향으로만 읽어야 합니다.[9]

둘째, 자주 쓰는 말이 짧게 굳습니다. 앞서 본 독일어 빈도처럼 가까운 날의 말은 자주 쓰여 짧고 쪼갤 수 없는 단어가 되고, 먼 날의 말은 드물어서 조합으로 남습니다. Hölzl은 이를 자주 쓰는 말일수록 짧아진다는 지프의 약어화 법칙과 연결해 설명합니다.[9]

셋째, 체계는 접촉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Hölzl은 만주계 언어가 같은 퉁구스어족의 다른 언어들과 뚜렷이 다른 '특이한 비대칭 체계’를 가지며 그 차이를 언어 접촉으로 설명합니다.[9] 같은 어족 안에서도 날 이름 체계가 한 틀로 정해지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넷째, 단어가 촘촘하면 아이가 배우기 쉬울 수 있습니다. Steele 외(2025)는 3~7세 영어·독일어 아동 304명을 비교해 독일어 아동이 시간어의 정확한 거리 뜻을 더 잘 안다고 보고했습니다. 저자들은 독일어가 오늘 가까이에 단어를 더 촘촘히 두었기 때문일 수 있다고 풀이합니다.[8] 이는 단어가 처음 생긴 이유가 아니라 단어가 있을 때의 효과에 대한 연구이고, 저자들도 인과를 확정하지는 않았습니다.

종합하면 언어마다 "어휘로 두느냐, 접두어로 겹치느냐, 구절로 풀어 말하느냐"를 달리 택했고, 가까운 날일수록 단어로 굳는 경향은 여러 언어에 공통입니다. 그 선택이 각 언어에서 언제 어떻게 정해졌는지는 이 글이 확인한 문헌 범위 밖입니다.

사실

한국어는 −3일(그끄저께)부터 +4일(그글피)까지 한 단어로 부르는 넓은 편이지만, 유일하지는 않습니다. 독일어는 −3일부터 +3일까지(vorvorgestern~überübermorgen), 일본어는 −3일부터 사전상 +4일까지(さきおととい~やのあさって) 비슷한 범위의 단어가 있습니다. 비교 연구에서는 ±2일까지가 가장 흔한 체계로 보고되니, ±3일 이상을 한 단어로 두는 쪽이 오히려 드문 편입니다.[9] 영어는 어제와 내일을 넘으면 구절로 말하고, 힌디어는 한 단어가 어제와 내일을 함께 맡는 또 다른 길입니다.

그리고 단어가 많다고 뜻이 합의된 것은 아닙니다. 일본어 しあさって는 사전에서도 3일 뒤와 4일 뒤 두 가지 풀이가 함께 나옵니다. 한국어 사전은 그글피를 "오늘로부터 나흘 뒤"라고 못 박았지만, 표준어 기관이 스스로 모를 수 있는 상대에게는 사흘 뒤라고 말하라고 권하니, 사전에 실린 단어와 실제로 통하는 단어 사이에는 거리가 있는 셈입니다.

그러니 "한국어만 유난하다"는 반만 맞습니다. 영어를 기준으로 삼으면 한국어는 유난해 보이지만, 독일어와 일본어 옆에 세우면 그저 평범한 이웃입니다. 외국인 친구에게 글피를 설명하느라 진땀을 뺀 적이 있다면, 그 친구는 아마 영어 화자였을 겁니다.


참고문헌

[1]: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그끄저께’ — “그저께의 전날. 오늘로부터 사흘 전의 날을 이른다.” 비슷한말 삼작일·재재작일.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pageSize=10&searchKeyword=그끄저께

[2]: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그저께’ — “어제의 전날.” 비슷한말 그제.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pageSize=10&searchKeyword=그저께

[3]: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모레’ — “내일의 다음 날.” 비슷한말 내일모레·명후일·재명일.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pageSize=10&searchKeyword=모레

[4]: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글피’ — “모레의 다음 날.” 비슷한말 삼명일.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pageSize=10&searchKeyword=글피

[5]: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그글피’ — “글피의 그다음 날. 오늘로부터 나흘 뒤의 날을 이른다.”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pageSize=10&searchKeyword=그글피

[6]: 국립국어원 묻고 답하기, “‘그끄제’, '그글피’의 표현” (2020.1.16) — “‘그끄제’, ‘그글피’ 모두 쓸 수 있는 말입니다. '그끄제’는 ‘그끄저께’('그저께’의 전날)의 준말이고, '그글피’는 '글피의 다음 날’을 이르는 명사로 표준어입니다.” https://www.korean.go.kr/front/mcfaq/mcfaqView.do?mn_id=&mcfaq_seq=9270

[7]: 국립국어원 온라인 가나다, “글피” (2026.3.23 답변) — 글피, 3일 후(뒤), 사흘 후(뒤)는 뜻이 같고, 글피를 모를 수 있는 상대에게는 3일 후(뒤)나 사흘 후(뒤)가 낫다는 안내. https://www.korean.go.kr/front/onlineQna/onlineQnaView.do?mn_id=216&qna_seq=328382

[8]: Steele et al., “Today, Tomorrow, and Overmorrow: The Acquisition of Deictic Temporal Terms in English and German,” Open Mind 9 (2025), pp. 1826–1848, DOI 10.1162/OPMI.a.254 — 영어는 구절을 써야 하고, ereyesterday·overmorrow는 “now-defunct”, 힌디어 kal은 시제로 방향 구분, 3~7세 아동(N=304) 비교.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12594576/

[9]: Hölzl, Andreas, “A Typology of the Deictic Day Name System in Manchuric,” in Time in East Asian Endangered Languages (Eurasiatica 22), Edizioni Ca’ Foscari, 2025, pp. 189–218, DOI 10.30687/978-88-6969-913-9/008 (CC BY 4.0) — §1 영어 구절의 지위·응가나산어 다의성, §2.1 Tent(1998) 표본·표 5, §2.3 독일어 빈도(표 7), §2.5 어휘적 대칭, §2.6 보조 기준점, 표 1·4(중국어·이탈리아어·태국어), §4.3 언어 접촉. https://edizionicafoscari.it/media/pdf/books/978-88-6969-913-9/978-88-6969-913-9-ch-08.pdf

[10]: Wordnik, “overmorrow” — GNU version of the Collaborative International Dictionary of English(웹스터 사전 계열) “The day after or following to-morrow.” 명사, obsolete 표시. https://www.wordnik.com/words/overmorrow

[11]: Dictionary.com, “overmorrow” — ‘the day after tomorrow’, 명사·부사, first recorded 1530 이후(폐어 표시 없음). https://www.dictionary.com/browse/overmorrow

[12]: DWDS(독일어 디지털 사전), “vorvorgestern” — 뜻풀이 “vor drei Tagen”(용법 표시 없음), 관용구 "von vorvorgestern sein"에만 umgangssprachlich 표시. https://www.dwds.de/wb/vorvorgestern

[13]: Duden, “vorvorgestern” — “vor drei Tagen”(용법 표시 없음). https://www.duden.de/rechtschreibung/vorvorgestern

[14]: DWDS, “überübermorgen” — 뜻풀이 “am Tage nach übermorgen”, 용법 표시 umgangssprachlich(eWDG 1976), 예문 “er kommt nicht übermorgen, sondern überübermorgen”. https://www.dwds.de/wb/überübermorgen

[15]: Duden, “übermorgen” — “in zwei Tagen; an dem auf den morgigen Tag folgenden Tag”. https://www.duden.de/rechtschreibung/uebermorgen

[16]: デジタル大辞泉, 「一昨昨日」 — “おとといの前の日。さきおとつい。” (Kotobank 수록) https://kotobank.jp/word/一昨昨日-434135

[17]: 精選版 日本国語大辞典, 「あさって【明後日】」 — “あすの次の日。みょうごにち。” (Kotobank 수록) https://kotobank.jp/word/明後日-424128

[18]: デジタル大辞泉·精選版 日本国語大辞典, 「し‐あさって(明明後日)」 — 대사천 “今日から数えて未来へ4日目。明後日の翌日。「あさって」の翌々日をいう地方もある。” / 日本国語大辞典 “あさっての次の日。今日を一日目として未来へ四日目。” 補助注記 “「あさっての翌日」は、東日本がヤノアサッテ、西日本がシアサッテという東西対立分布がある。しかし、東京都区内は例外的にシアサッテである。” (Kotobank 수록) https://kotobank.jp/word/明明後日-515366

[19]: 精選版 日本国語大辞典, 「や‐の‐あさって【彌明後日】」 — “明日の翌々日。あさっての次の日。” / “明日を第一日として四日目。あさっての次の次の日。” (Kotobank 수록) https://kotobank.jp/word/彌明後日-2089335

[20]: 国立国語研究所, 『日本言語地図』 (1966–74, 전 6집) 第6集 第285図「しあさって(明明後日)」(two days after tomorrow), 第286図「やのあさって(明明明後日)」(three days after tomorrow), 질문문 및 범례. https://mmsrv.ninjal.ac.jp/laj_map/ (도판 PDF: https://mmsrv.ninjal.ac.jp/laj_map/data/laj_map/LAJ_286.pdf)

[21]: Rekhta Dictionary, “kal” — 영어 뜻풀이 “rest, ease, tomorrow, yesterday”. https://rekhtadictionary.com/meaning-of-kal

[22]: Platts, John T., A Dictionary of Urdū, Classical Hindī, and English (London: W. H. Allen, 1884), p. 840, kal (کل, 힌디어 s.m. & adv. 항목) — “Tomorrow, or yesterday”; 데칸 방언에서는 '어제’만. 온라인판(DSAL, 시카고대): https://dsal.uchicago.edu/cgi-bin/app/platts_query.py?qs=کل&searchhws=yes&matchtype=exact

[23]: Rekhta Dictionary, “parson” — “day after tomorrow, day before yesterday”. https://rekhtadictionary.com/meaning-of-parson

[24]: Platts, A Dictionary of Urdū, Classical Hindī, and English (1884), p. 249, parsoṅ (پرسوں) — “The second day before or after the present; the day before yesterday; the day after to-morrow.” https://dsal.uchicago.edu/cgi-bin/app/platts_query.py?qs=پرسوں&searchhws=yes&matchtype=default

[25]: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지지난주’ — “지난주의 바로 앞의 주.” 비슷한말 전전주.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pageSize=10&searchKeyword=지지난주

[26]: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재작년’ — “지난해의 바로 앞의 해.” 비슷한말 거거년·그러께·전전년·전전해·지지난해.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pageSize=10&searchKeyword=재작년

[27]: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내후년’ — “내년의 다음다음 해.” 비슷한말 명후년·후후년.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pageSize=10&searchKeyword=내후년

[28]: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다다음’ — "다음다음"의 준말.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pageSize=10&searchKeyword=다다음

[29]: デジタル大辞泉, 「再来」 — “週・年月などを表す語の上に付いて、次の次の、翌々という意を表す。” 補説 “「日にち」には、「明後」を用いる。” (Kotobank 수록) https://kotobank.jp/word/再来-508606

[30]: 精選版 日本国語大辞典, 「先先週」 — “先週のひとつ前の週。” (Kotobank 수록) https://kotobank.jp/word/先先週-310335

[31]: Duden, “übernächste” — “dem nächsten, der nächsten folgend”, 예: übernächstes Jahr. https://www.duden.de/rechtschreibung/uebernaechste

[32]: Dictionary.com, “fortnight” — 영국식 “a period of 14 consecutive days; two weeks”, 미국에서는 거의 쓰지 않고 보통 “two weeks”. https://www.dictionary.com/browse/fortnight

[33]: Dictionary.com, “yesterweek” — ‘last week’, first recorded 1830–40, “Unlike yesterday, though, yesterweek is rarely used.” https://www.dictionary.com/browse/yesterwe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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